본문 바로가기
어디까지 궁금해?!

계획 없이 떠난 하루, 무작정 걸어본 동네 산책일기

by yamyame 2025. 6. 2.
반응형

요즘 너무 바쁘고 정해진 일정 속에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혹시 저와 같은 느낌이 한 번쯤 드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느 날 문득 하루쯤은 계획 없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적지도 동행도 없이 오직 '걷기'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구글 지도도 켜지 않고 발길이 닿는 대로 우리 동네를 걸어봤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이 산책이 생각보다 꽤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더라고요!

그 하루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1. 방향 없는 시작이 주는 해방감

오늘은 그저 문을 열고 나가봤습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오른쪽 발이 먼저 움직이는 쪽으로 걷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일정에 쫓기지 않는 첫 몇 걸음이 주는 해방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출근길과 등굣길, 목적지로 향하던 걸음과는 다른 가벼움이 있었죠. 걸을수록 마음이 비워지고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도착'에만 집착해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날은 처음으로 '출발'자체가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2. 익숙한 골목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

평소에 자주 지나던 골목을 돌아봤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길이 전혀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담벼락락의 균열이 보였고 오래된 간판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죠.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꽃 화분이 벽돌 위에 놓여 있었고 지나가던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도 있었어요. 카페 창가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 작은 편의점 앞에 세워진 자전거 한 대. 이 모든 풍경이 낯설면서도 따뜻했었습니다. 낯설게 보기 위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날 깨달은 것이죠. 우리가 무심했던 일상도 자세히 보면 매일 바뀌고 있었던 거죠.

 

3.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카페에서

한참을 걷다 보니 다리가 슬슬 아파오고 평소엔 잘 가지 않는 골목 안쪽 작은 카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손님은 저 혼자뿐, 사장님은 작은 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창문 너머로 햇살이 찬란하게 스며들고 있었어요. 커피가 나오기까지 10분, 저는 스마트폰도 보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 10분이 참 느리게 흘러가더라고요?!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렇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일상 속에서 이런 '빈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죠.

 

4. 작은 우연이 만들어낸 특별한 만남

산책 중 한 골목 모퉁이에서 할머니 한 분이 화분을 옮기고 계셨습니다. 무심코 도와드리다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요즘은 다들 너무 바빠 보여서 말 걸리고 힘들다."는 할머니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렇게 잠깐 앉아 담벼락에 기대어 동네 이야기를 들었어요. 낯선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죠. 계획 없는 하루에 이런 우연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말 한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위로할 수 있는지도 새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5. 되돌아오는 길, 마음은 가벼워졌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GPS도 안 켰고 어디쯤 있는지도 정확하게는 몰랐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평온했습니다. 몸은 조금 지쳤지만 머리는 맑았고, 쓸데없는 걱정들도 줄어들었죠. 동네라는 공간이 하루 동안 이렇게 새롭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는 늘 더 멀리, 더 새로운 곳만을 꿈꾸지만 사실 '지금 여기'도 충분히 새롭고 특별한 장소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던 이유는 어쩌면 그 하루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무작정 걸어본 하루가 제게 준 것은 '여유'와 '관찰' 그리고 '연결'이었습니다.

목적 없이 떠나는 산책이 오히려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었죠. 여러분도 어느 날 갑자기 지도도 꺼두고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사는 동네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분명히 숨어 있을 겁니다.

반응형